[제4편] 환기가 안 되면 생기는 일: 공기 순환과 식물 호흡의 상관관계
"햇빛도 잘 들고 물도 제때 줬는데, 왜 잎이 검게 변하면서 떨어질까요?"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바로 '창문을 닫고 키운다'는 것입니다. 식물에게 공기는 단순히 숨을 쉬는 수단 그 이상입니다. 자연 상태의 식물은 늘 바람을 맞으며 자라지만, 우리 집 거실은 정체된 공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.
통풍이 안 되면 식물에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, 그리고 아파트나 원룸에서 어떻게 '바람'을 만들어줘야 하는지 핵심만 짚어드리겠습니다.
## 1. 흙 속의 물을 말리는 건 '바람'이다
지난 3편에서 '과습'이 위험하다고 말씀드렸죠? 과습은 물을 많이 줘서 생기기도 하지만, 준 물이 마르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.
증발의 원리: 바람이 잎 주변을 지나가야 식물이 증산 작용(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활동)을 활발히 하고, 그 힘으로 흙 속의 물을 빨아올립니다.
고인 물의 위험: 공기가 멈춰 있으면 화분 속 흙이 며칠이고 축축하게 유지됩니다. 이때 뿌리는 산소 부족으로 질식하고, 곰팡이균이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 됩니다.
## 2. 잎의 온도 조절과 이산화탄소 공급
식물은 잎 뒷면의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합니다. 그런데 공기가 정체되면 잎 주변의 이산화탄소가 금방 고갈됩니다.
신선한 공기: 환기를 통해 신선한 이산화탄소가 공급되어야 광합성이 원활해집니다.
온도 하강: 여름철 뜨거운 햇볕 아래서 식물의 잎 온도는 급격히 올라갑니다. 이때 살랑거리는 바람은 식물의 체온을 낮춰주는 '천연 에어컨' 역할을 합니다. 바람이 없으면 식물은 잎이 타버리거나 삶아지는 듯한 대미지를 입습니다.
## 3. 벌레(해충)는 정체된 공기를 사랑한다
식물 집사들의 주적이라 불리는 '응애'와 '깍지벌레'는 건조하고 공기 순환이 안 되는 곳에서 폭발적으로 번식합니다.
천연 방어막: 바람은 벌레들이 잎에 자리를 잡고 알을 까는 것을 방해합니다.
나의 경험: 베란다 문을 꼭 닫아두었던 첫해 겨울, 제 몬스테라는 응애 습격으로 초토화되었습니다. 그 이후로 저는 추운 겨울에도 하루 10분은 꼭 환기를 시키거나 서큘레이터를 돌립니다. 그 결과 벌레 구경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.
## 4. 우리 집 바람 길 만드는 실전 팁
아파트나 빌라 구조상 자연 풍이 부족하다면 인위적으로라도 바람을 만들어줘야 합니다.
맞바람 환기: 아침저녁으로 15분씩 마주 보는 창문을 열어 공기를 완전히 교체해 주세요.
서큘레이터/선풍기 활용: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너무 추워 문을 못 연다면 선풍기를 활용하세요. 식물에 직접 강풍을 쏘는 게 아니라, 식물 머리 위쪽이나 바닥 쪽으로 회전시켜 전체 공기를 흔들어준다는 느낌이면 충분합니다.
밀집 방지: 화분을 너무 다닥다닥 붙여두면 식물 사이사이에 습기가 갇힙니다. 화분 사이에도 손바닥 하나 정도 들어갈 '숨구멍'을 만들어주세요.
## 요약 및 체크리스트
식물에게 바람은 '물 마름'을 돕고 '질병'을 예방하는 보약입니다.
겉흙이 유독 안 마른다면 물 주기를 멈추고 환기부터 시켜보세요.
하루 최소 2번, 15분 이상의 환기는 필수입니다.
자연풍이 어렵다면 서큘레이터를 약하게 틀어 공기를 순환시키세요.
다음 편 예고: 식물이 너무 커졌거나, 반대로 성장이 멈췄나요? 다음 글에서는 **"식물이 몸살을 앓는 이유와 안전한 분갈이 타이밍"**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.
평소에 화분 근처 창문을 얼마나 자주 열어주시나요? 혹시 창문을 닫아둔 채 선풍기조차 틀지 않았다면 오늘부터 10분만 환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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